잠은 뇌를 위한 활동이 아닐까?
렘수면은 뇌를 위한 시간으로 혈액이 뇌로 집중되기 때문에 학습 기억을 좌우한다. 호흡곤란은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 김 씨는 요즘 중학생 아들 때문에 걱정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고 머리도 자주 아프다면서 피곤하다는 말을 수시로 한다. 그 때문인지 학원과 과외를 병행하고 있는데도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다. 걱정이 된 김 씨는 아들을 데려가 전문가와 상담한 결과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람이 잠을 자는데도 일정한 주기가 있다. 크게는 꿈을 꾸는 렘수면과 논렘 수면으로 나뉘고, 논렘 수면은 다시 1단계, 2단계, 3~4단계로 나뉜다. 그냥 일정하게만 보이는 잠이 실제로는 논렘 수면과 렘수면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과정인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1단계 논렘 수면에서 시작해 마지막 렘수면까지 대략 90분 정도가 걸린다. 이 주기가 하룻밤 최소 4~5번 정도가 반복되어야 뇌와 육체가 정상적으로 회복된다. 그중에서도 렘수면 동안 혈액이 뇌로 집중되면서 단기기억으로 저장되었던 것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한다. 그래서 수험생이 깊은 잠을 자지 못하면 학습에 영향을 받는다. 3~4단계의 깊은 수면은 뇌를 청소하는 글림프 시스템이 작동한다. 어쩌면 잠은 뇌를 위한 활동이 아닐까 할 정도이다. 여기에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하나 더 소개하겠다. 일본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코골이 등으로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판단되는 만 5세 아이들의 44%가 삼각형을 그리지 못했다고 한다. 믿기는가? 만 5세, 즉 6세 아이가 복잡한 도형이 아닌 단순한 삼각형도 못 그렸다는 말이다. 아이들은 만 4세쯤에 사선을 그리는 능력이 발달하고 만 5세쯤에는 선과 선을 연결하여 도형을 그리는 능력이 발달해 자연스럽게 삼각형을 그릴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수면에 문제가 있는 경우 뇌 발달에 영향을 미쳐 보통 그 나이에서 수행해야 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못한 것이다. 수면 중 호흡곤란은 나이에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성장기에는 두뇌 발달에 치명적이다. 호흡곤란이 발생하는 원리는 남녀노소가 동일하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성장기 어린아이가 훨씬 더 크다. 코골이를 동반한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는 동안 몸속에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신체 여러 장기에 나쁜 영향을 주고 특히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는 뇌에는 치명적이다.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뇌로 가는 산소량이 부족한 상태가 계속되어 두뇌가 발달하지 못한 상태로 고착화된다. 자녀가 코골이가 심하거나 수면무호흡이 있다면 피곤해서 생기는 일시적인 증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아동기와 청소년기 수면무호흡증의 원인은 각각 다르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을 경우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지 못하고 기억을 담당하는 유두체가 작아져 회복이 어렵다. 아동기와 청소년기 수면무호흡증의 원인은 각각 다르다. 아동기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아데노이드나 편도가 비대해져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청소년기에는 후두가 혀보다 아래에 놓이면서 구조적으로 수면무호흡이 발생하기 쉽다. 그래서 청소년기부터는 똑바로 누워서 잠을 잘 때 혀가 기도를 막아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발생할 수 있다. 호흡이 불안해질 때마다 뇌는 경고 신호를 보내 강제로 각성 상태로 만드는데, 보통은 자신이 잠에서 깼는지 모른 채 밤을 보내게 된다. 따라서 밤 동안 많은 시간을 잤는데도 낮에 공부할 때 집중이 잘 안 되고 계속 졸린 증상이 반복되며 기억력 또한 감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수면 중 호흡곤란 상태가 되면 혈액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서 뇌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다. 우리 몸의 장기 중 가장 많은 산소를 사용하는 뇌는 그래서 산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엄마는 아이의 두뇌 발달을 위해 좋다는 것은 다 구해서 먹이고, 학습 능률을 높이고자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런데 정작 그 모든 것을 소화해야 하는 자녀의 뇌 상태는 전혀 알지 못한다. 막연히 '좋은 영양제를 먹이니까', '밥을 잘 먹으니까 문제없을 거야'하고 주로 음식만 챙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뇌가 제대로 발달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음식이 아니라 산소다. 산소가 부족하면 아무리 좋은 영양분이 뇌에 공급되더라도 대사를 진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뇌에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 전두엽과 편도체가 있다. 이 기관들은 낮 동안 단기기억으로 저장했던 내용을 밤사이 숙면을 취하는 동안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한다. 그런데 코골이와 같은 호흡곤란이 발생하면 수시로 각성이 되고 수면이 분절되면서 기억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유두체는 뇌의 특정 부위가 젖꼭지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해마와 함께 기억을 담당한다. 그런데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유두체가 일반인에 비해 약 20% 정도 줄어들어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알코올 중독, 알츠하이머 치매 등 기억 장애가 나타나는 환자의 뇌에도 유두체가 줄어든다. 수면 중 호흡장애가 뇌에 미치는 영향이 알코올 중독이나 치매 수준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깊은 수면 중에만 작동하는 글림프 시스템
수면무호흡증이 신경세포를 죽게 만들어 학업성취도가 평균 11% 정도 떨어지고 문제해결, 언어, 기억력 등을 담당하는 대뇌 부분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 우리의 뇌는 글림프 시스템이란 청소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뇌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는 시스템으로 깊은 수면 중에만 작동한다. 코골이가 지속되면 두뇌 조직에 노폐물이 쌓이고 청소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다. 나아가 생체 리듬을 방해해 숙면과 재생작용을 하는 멜라토닌 생성을 감소시키고 다른 신체 화학 물질을 파괴한다. 그래서 여러 연구에서도 수면 중 호흡장애가 신경세포를 죽게 함으로써 뇌를 나쁜 방향으로 변화시킨다고 경고한다. 수면 중 호흡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학업 성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언어, 수학, 과학 성적이 나쁘고, 학업성취도 평균이 11% 낮다는 연구결과가 유럽 호흡기 저널에 발표되었다. 이 최신 연구는 자기 공명영상을 사용하여 수면무호흡이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의 두뇌 회색질 양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회색질은 문제 해결, 언어, 기억력, 성격, 계획, 판단과 같은 고도의 뇌 기능을 담당한다. 실제로 수면 중 호흡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회색질 부피가 상당히 작았다. 즉, 수면 중 호흡곤란을 겪는 아이는 두뇌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 아이가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줄어들거나 앉아 있어도 5분 간격으로 휴대폰을 쳐다보거나, 학교나 학원에서 수업 중에 집중을 못하고 짜증이 늘거나 친한 친구들과 가족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하루라도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수험생에겐 잠이 보약이 되기도 하지만 독약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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