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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보약을 뛰어넘는 만병통치약은 바로 수면

by 구구팔팔삼사일 2022.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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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을 뛰어넘는 수면

 

고혈압과의 관계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 연구팀은 40~70세의 건강한 한국인 1,715명을 모집한 후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이면 A그룹, 6~8시간이면 B그룹으로 분류했다. A, B그룹 모두 모집 당시 고혈압이 없는 상태였다. 3년 후 이들의 고혈압 상태를 다시 조사해 봤다. 조사 대상자 중 164명에서 고혈압이 새롭게 발생했는데 수면이 부족한 A그룹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발생했고, B그룹과 비교해 상대 위험도를 계산했더니 71%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고혈압이 생기면 수면 부족이 초래된다는 이론과 역으로 수면이 부족하면 고혈압이 초래된다는 이론 사이에서 후자를 지지한다. 고혈압으로 심장병 같은 합병증이 생겨서 고통스럽다 보니 수면이 방해되는 일도 있지만, 선후 관계를 확실하게 따져보자면 수면 부족이 먼저라는 것이다. '수면부족 -> 고혈압 -> 수면방해 -> 고혈압 악화'라는 것이다. 고혈압의 합병증이 심장병이므로 수면 부족은 결국 심장병 사망의 위험을 높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예상은 서울대병원 연구 결과에서 사실로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1994~2008년 수면의학센터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총 4,22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분석했다. 불면증 환자는 수면 장애가 없는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8.1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동맥 벽의 두께

 

미국 브라운 대학 연구팀은 37~52세 남녀 600여 명을 대상으로 수면 시간을 조사한 후 경동맥 벽의 두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수면 시간이 짧은 남성일수록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경동맥 벽의 두께가 두꺼워질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동맥 벽이 두꺼워지면 경동맥이 딱딱해져 작은 변화에도 쉽게 막히거나 터질 위험성이 커진다. 미국 심장협회 조사에 따르면 경동맥 벽 두께가 1mm 이상이면 급성 심근경색 위험이 2배, 뇌졸중 위험이 최대 5.5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분당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국내 65세 이상 성인 348명을 대상으로 5년간 조사한 결과에서도 경동맥 혈관벽 두께가 0.1mm 두꺼워질수록 5년 후 치매 발병 위험이 2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브라운 대학 연구로 돌아가 보면 남성은 수면 시간이 1시간 줄어들수록 경동맥 벽이 0.021mm씩 두꺼워졌다. 다만 여성에서는 남성에 비해 경동맥 벽이 두꺼워지는 폭이 미미했다. 수면 부족이 단 이틀만 지속되어도 뇌졸중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미국 버밍엄 앨라배마 대학 연구팀은 서머타임이 적용된 후 뇌졸중 환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관찰하고, 그것이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지 평가하기 위해 뇌졸중 환자 14,000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나는 것이 이틀만 경과해도 뇌졸중 위험도가 무려 8%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위험은 노인이나 암 환자처럼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더 극명하게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은 20%, 암 환자는 25%나 뇌졸중 위험이 증가되었다. 수면 부족, 즉 멜라토닌 부족은 고혈압 위험을 높이고, 심장병 사망을 증가시키며, 뇌혈관을 나쁘게 만들어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대표적인 현대 성인병인 당뇨병

 

먹고살만하게 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대표적인 현대 성인 병에 당뇨병이 있다. 그동안 많이 먹고 운동을 덜한 생활 습관이 원인으로 지목되었으나, 수면 부족이 지금까지 알려진 원인만큼이나 주요한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미국 시카고 대학 의대 연구팀은 18~23세의 건강한 남성 19명을 모집한 후 첫 나흘 밤은 하루 평균 7~8시간씩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하고, 그다음 나흘 밤은 하루 평균 3~4시간만 자도록 했다. 잠을 못 자도록 한 셋째 날 밤에는 15분에서 30분 간격으로 혈액을 채취해 혈당과 유리지방산, 인슐린의 기능을 측정하고, 당뇨병 검사에 활용되는 혈당 부하검사를 추가로 실시했다. 그 결과 수면이 부족했던 셋째 날 새벽 4~6시 사이에 혈중 유리지방산 수치가 수면이 충분했던 날보다 15~3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 유리지방산은 당뇨병이 진행될 때 먼저 증가하는 지표 물질이다. 또한 인슐린의 혈당 조절 기능도 약 23%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면 부족이 당뇨병의 초기 증세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 병원 연구에서는 수면 부족이 당뇨병 합병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08~2012년 국민 건강 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40세 이상 당뇨병 환자 1,670명의 수면 시간을 조사한 후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당뇨망막증의 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5시간 이하로 자는 남성 당뇨병 환자는 6~8시간 자는 환자보다 당뇨망막증에 걸릴 위험도가 1.8배 이상 높았다. 수면은 당뇨병 자체를 예방해줄 뿐 아니라, 당뇨병에 걸렸더라도 치명적인 합병증을 막아주는 것이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그 자체로도 콩팥을 망가뜨리거나 실명을 시키는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면서도 심장병, 뇌졸중, 치매 그리고 암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악역을 담당한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그야말로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기저에는 수면 부족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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